posted by 파란노트 2018. 6. 14. 21:30

종교라는 경계선을 넘어 공감할 수 있었던 영화.
기독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해봐도 수긍할 듯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던 장면이 있어요.
악마에 가까웠던 아버지의 존재가 이제야 겨우 내가 그토록 그리던 모습의 아버지로 변했으나, 곧 그런 아버지가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저 또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됐어요.
어릴 적에는 그런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몰래 통장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요.
사이를 좁히려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도 모든 게 가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어요.
이상하리만큼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멀어지던 그런 사이였죠.
나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절대 믿지 않았던 태도로 인해 상처를 받고, 무섭기만 했던 존재가 결국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커다란 아버지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전부터 바라고 바랐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절대 바뀔 리가 없다고 여겼던 인물이 변화를 하고 있더군요.
그땐 뒷산에 있던 절에 올라가 제발 여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도 안 들어주더니...
어른이 되고 나서 서로의 관계가 서로를 이제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때, 예고도 없이 아버지가 떠나버렸어요.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조차 할 틈을 주지 않고 끝까지 저희 둘의 관계는 가까이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나 증오했던 인물이 사라지면 조금은 편해지겠구나 싶었는데,
어른이 된 저는 20대의 아버지 입장이 되어보고 어느 순간 30대가 됐을 아버지를 생각해보고...
100% 이해는 불가능하더라도 어렴풋이 공감하게 됐어요. 그런 동시에 너무 안쓰러워졌고요.
그리고 그제서야 죄송해지더라고요.

매번 늦은 깨달음과 늦은 용서, 늦은 후회...
이번 영화는 그런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가슴을 울렸습니다.
누구에게 말 못할 가족사 하나쯤 가지고 있을 어느 누군가를 위한 곡, '아이 캔 온리 이매진'.
돌고 돌아 결국은 희망과 사랑이 남아 그 이후를 사는 원동력이 되고요.
보는 내내 마치 제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던 영화였어요.
6월 21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기적의 노래가 찾아오니 꼭 한 번 들어보면 좋겠어요.

'#2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621 한국영화 '아일라'  (0) 2018.07.06
180613 외국영화 '오션스8'  (0) 2018.06.17
180607 한국영화 '독전'  (0) 2018.06.10
180523 외국영화 '바라나시'  (0) 2018.05.28
180519 뮤지컬 '라면에 파송송'   (0)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