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파란노트 2018. 4. 18. 21:30


실화를 바탕으로 공연 '그대와 영원히'

어렸던 고등학생 때 만나 10년간 사랑을 키워온 동갑내기 연인이 있어요.

처음 사랑을 시작할 당시 적극적이지 못했던 진우를 보며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 수지였지만

그래도 긴 시간동안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꾸준히 사랑을 유지해가는 중이었지요.

28살이 되던 해 '프로포즈'만을 남기고 있다 생각할 찰나!

진우에게는 갑작스러운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는데요.

그간 용기를 내지 못해 미루고 미루던 프로포즈...

시한부 인생이 되니 더더욱 말을 꺼낼 수 없는 처지가 돼요.

하지만 자신의 곁을 지켜와준 사람들에게 굳이 깊이 생각하지 못 했던 혹은 

쑥스러운 마음에 하지 못 했던 표현을 조금씩 하기 시작해요.

같이 사는 아버지, 자신의 절친, 사랑하는 애인에게 '지금'이라는 순간을 새겨주기 시작합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어디선가 한 번은 봤을 법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조화가 잘 어울러진 공연이어서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게, 순조롭게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갔어요.

서로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심정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뮤지컬이기도 했어요.

각 역할에 맞는 노래들이 더해져 듣는 귀가 즐거웠던 것도 있었네요.


모든 게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지만 꿋꿋하게 자신을 믿어주고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 또한 버텨나갈 힘이 된다는 걸 새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감정을 소중히,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으니까. 후회가 남기 전에 제대로 상대방에게 고마운 건 고맙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실제로 돌이켜 봐도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다 전해지지 못한 감정들이 많아요.

이 감정들이 표출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니

알아주는 이가 없는 건 당연했던 거지만 홀로 서운했던 적도 있어요.

이번 공연을 통해서 진우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이라는 시간을 

보다 감사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졌어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면 한 번 관람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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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노트 2018. 3. 25. 18:30

AI 인공지능, 로봇, 미생물, 인간...

심오한 소재들이 뭉친 연극 '점봇바바라'

낯설었던 만큼 끝까지 보면서도 어렵게 느껴졌어요.


언젠가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거나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본 적 있는데

그런 의문을 다뤄주는 연극이었어요.

인간에 의해서 더 혼돈이 가중되어가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누가 인간인지, 누가 로봇인지 구분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혼돈과 리셋, 그것의 반복.

그러다가 다가온 결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테지만 제게는 무척 아리송했어요.

윤곽이 확 드러나는 결말에 익숙했던 저에게 있어 이번 연극의 결말은 생소하게만 받아들여졌어요.


'점봇바바라'와 같이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연극은 처음이었네요.

다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처지'에 있다는 가정이 신선했어요.

그냥 보고서 웃는 기존 연극과는 달라서 기억에 남아요.

제가 봤던 날에는 남녀노소 상관 없이 많은 관객분들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이렇게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고루 분포된 경우는 처음이었거든요.

아무튼 쉽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극을 이끌어가는 '점봇바바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하는 연극이었어요. 저한테는 꽤 어려운 소재였지만요.

그래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말도 한계가 있네요.^^;

posted by 파란노트 2018. 3. 23. 20:00

강한 바람이 차게 불던 날 보게 된 연극 '또 그리고'

극중 캐릭터 하나하나가 개성 있었고 각각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게는 현실적인 부분이 더 많이 다가왔는데

무조건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는 일들에 있어 반드시 극적인 요소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이 잔잔하면서도 있을 법한 내용의 연극이었죠.


이 연극에서는 인적이 드문 공원 벤치라는 소재를 통해 

돌아가고 싶은 그때를 붙잡기도 하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자각시켜주기도 해요.

그런 과정들을 인물들의 관계에서 조금씩 풀어나가는데 꽤 유쾌했어요.

그냥 놓고 보면 각 다른 사정들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선 같다는 거.

다만 좋았던 감정을 자신이 어떤 식으로 다듬느냐 이 차이인 듯 해요.

이번 연극에서는 서툴렀다면 서툴었던 그러한 감정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면서 배우게 되는,

그러면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결말 자체도 현실적이면서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다가오는 봄과 함께 잔잔한 연극 한 편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그리고' 등장인물 전부 매력 넘쳐서 몰입도 최고였어요ㅋㅋ


posted by 파란노트 2018. 2. 9. 20:45

예전부터 들어와봤던, 어디선가 포스터를 봤던 연극 '극적인 하룻밤'
사실 19금 연극을 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후기 반응들을 살펴보니 조금 나뉘어지긴 했지만 대체로 재밌게 관람했다는 평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의외로 솔직담백함이 잘 느껴지는 그런 19금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마냥 야한 19금이 아니라 남자입장에서 한 번, 여자입장에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어찌 보면 주변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어서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주변만 해도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어 더 그랬네요.

어쨌든 사랑의 형태나 본인이 느끼는 감정 모두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또한 사랑한 만큼, 사랑했던 만큼 앞으로도 그 감정이 오래도록 유지될까요?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자연스레 끝도 찾아오겠죠.
단지 그 결말이 때때로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만약 수많은 결과 중에서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오래된 연인에게서 받는 배신감으로 끝을 맺는다면?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만큼 절망하고 원망하고, 스스로가 비참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조차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 위치에서부터 시작하는 연극이 바로 '극적인' 하룻밤이었습니다.
진지함이 녹아있고 진지함이 짙어지면 유쾌함이 터져나오는 스토리였어요.
그런 찰진 흐름 덕분에 공연시간이 평소보다 더 짧다고 느껴졌습니다.
공감과 웃음, 그리고 로맨스까지 스며 있어서 커플이나 친구끼리 관람하기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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