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파란노트 2018. 7. 6. 00:20

전쟁 중 부모를, 자식을,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람.
어떤 누구도 그 슬픈 감정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으리라.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과거임에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부분을 조명한 영화였어요.

아일라는 한 마을이 산산조각난 상황에서 부모는 물론이고 주변 이웃들까지 모두 잃게 됩니다.
그러다 터키 군인에 의해 발견됩니다.
당시 참전용사 슐레이만은 전쟁 고아가 된 아이에게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줘요.
전쟁 충격 탓인지 말을 잃은 아이.
그 아이의 둥근 얼굴이 달과 닮았다며,
'달'이라는 뜻의 '아일라'로 불리게 돼요.
그렇게 아일라는 새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그들과의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합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느낀 건 어른이라도 어떤 일이든 빠르고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그 시대에서,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타국의 한 아이를 찾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리게 될 줄은... 아마 본인은 몰랐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슐레이만은 아일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거라 여겨졌어요.
책임감이라고 하기에는 가족 하나 없는 어린 아이를 어지러운 세상에 그대로 버리고 왔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긴 시간을 버텨 결국 만나게 된 모습을 보고 안타까우면서도 잊지 않아준 사실에 감사함도 느꼈어요.
평소에 깊이 생각해본 적 없던 일에 대해 큰 공부를 하게 된 기분이에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한 번쯤 꼭 보셨으면 하는 영화 '아일라'였습니다.
posted by 파란노트 2018. 6. 17. 15:15

기승전결이 큰 위기 없이 흘러갔던 영화.
결말은 뻔했고 긴장감이 없어서 살짝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도 각 분야에서 한 실력한다는 인물들을 다 모아놓으니 든든하게 영화 보기에 좋았네요.

찰떡 같은 궁합 덕분에 무사히 미션 클리어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개인적으로 기대가 좀 컸던 데 비해 내용은 꽤 무난한 편이라...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가 애매하긴 하지만요.

최근 봤던 영화 중에서 이번 영화는 연출이나 사운드 자체가 잔잔한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크게 놀라는 일이 없었고 중간에 졸기도 했어요.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좋았던 것도 없어서 제 기준으로는 주변에 추천까지 할 정도는 아닌 듯 해요.
posted by 파란노트 2018. 6. 14. 21:30

종교라는 경계선을 넘어 공감할 수 있었던 영화.
기독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해봐도 수긍할 듯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던 장면이 있어요.
악마에 가까웠던 아버지의 존재가 이제야 겨우 내가 그토록 그리던 모습의 아버지로 변했으나, 곧 그런 아버지가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저 또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됐어요.
어릴 적에는 그런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몰래 통장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요.
사이를 좁히려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도 모든 게 가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어요.
이상하리만큼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멀어지던 그런 사이였죠.
나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절대 믿지 않았던 태도로 인해 상처를 받고, 무섭기만 했던 존재가 결국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커다란 아버지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전부터 바라고 바랐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절대 바뀔 리가 없다고 여겼던 인물이 변화를 하고 있더군요.
그땐 뒷산에 있던 절에 올라가 제발 여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도 안 들어주더니...
어른이 되고 나서 서로의 관계가 서로를 이제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때, 예고도 없이 아버지가 떠나버렸어요.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조차 할 틈을 주지 않고 끝까지 저희 둘의 관계는 가까이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나 증오했던 인물이 사라지면 조금은 편해지겠구나 싶었는데,
어른이 된 저는 20대의 아버지 입장이 되어보고 어느 순간 30대가 됐을 아버지를 생각해보고...
100% 이해는 불가능하더라도 어렴풋이 공감하게 됐어요. 그런 동시에 너무 안쓰러워졌고요.
그리고 그제서야 죄송해지더라고요.

매번 늦은 깨달음과 늦은 용서, 늦은 후회...
이번 영화는 그런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가슴을 울렸습니다.
누구에게 말 못할 가족사 하나쯤 가지고 있을 어느 누군가를 위한 곡, '아이 캔 온리 이매진'.
돌고 돌아 결국은 희망과 사랑이 남아 그 이후를 사는 원동력이 되고요.
보는 내내 마치 제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던 영화였어요.
6월 21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기적의 노래가 찾아오니 꼭 한 번 들어보면 좋겠어요.

'#2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621 한국영화 '아일라'  (0) 2018.07.06
180613 외국영화 '오션스8'  (0) 2018.06.17
180607 한국영화 '독전'  (0) 2018.06.10
180523 외국영화 '바라나시'  (0) 2018.05.28
180519 뮤지컬 '라면에 파송송'   (0) 2018.05.24
posted by 파란노트 2018. 6. 10. 21:10

최근 평이 괜찮았던 한국영화 '독전'
마약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작되는데 긴박함이 절로 느껴지던 영화였어요.
특히 배우 류준열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놀랐어요. 기억에 깊이 남던 눈빛 연기!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몰입력을 높이기 충분했어요.

영화의 결말에 있어서는 제각각 받아들이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보면서도 한동안 일어설 수 없었어요.
믿음, 믿음, 믿음...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믿지 않아야 하는지... 그 믿음의 끝이 얼마나 공허한지.
굉장히 심오한 결말로 다가와서 충격 받았어요.

알 듯 말 듯한 열린 결말.
지독히 평화로웠던 엔딩 배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복수의 시작이 또 다른 복수를 낳기도 하고,
그만큼 한순간에 복수라는 의미가 확 사라지기도 하고... 무척 복잡해지는 감정이었어요.
그러나 주변에 추천하고 싶을 만큼 전개가 빠르게 진행됐고 주연, 조연 모두 연기가 좋았습니다.
혹시 아직 못 본 분이 계시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posted by 파란노트 2018. 5. 28. 09:00


죽음의 세계.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삶의 끝을 위해 인도의 바라나시로 떠나는 부자.
고집불통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여전히 불편한 아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이것저것 요구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쌓이면서도 많이 맞춰주는 아들.
그 곳에서는 자신의 방법대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려요.
제 의지로 죽으려 해도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에 그저 기다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영혼이 자유로워질 날을 위해...

죽음이란 과연 뭘까? 자신의 마지막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스쳐지나가는 오늘 하루에도 개개인의 깊이가 다르듯 이번 영화에도 각자의 사연,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인간이 죽고 나면 그 영혼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므로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죽음을 위로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여운이 남았어요.
생활함에 있어 아들에게 세세한 심부름을 시키던 아버지가 점차 그런 일들이 아직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느낀 것인지...
이후 아들을 보내고 나서야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제대로 된 준비를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어려운 소재지만 인간의 삶과 죽음을 심도 있게 잘 다룬 영화에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가 살짝 어두울 수 있는 '바라나시'
하지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봐요.